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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2일 오늘 해군 710기 소프트웨어 개발병 최종 발표가 났고 합격을 하게 되었다. 준비하기까지 우여곡절들이 있었고 글을 조금 정리해보려고 한다.

충남의 계룡대에서 복무를 하게 되었다. 해군 본부 산하의 지능단(옛 정체단)에 배치를 받는 보직이며 후반기 교육은 해군정보통신학교를 3주 거친 뒤 계룡대로 이동하는 듯 하다.

지원

우선 나는 97년생으로 현재 28살이며 입대하는 25년 1월엔 29살이 된다. 창업을 하고 개발자로서 일을 하느라 군대를 갈 시기를 계속 미루어왔다.

더 이상 미루는건 의미가 없고 군대를 가고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냥 24.12.16에 입대하는 육군 징집병(군대 빨리가기 버튼)을 눌러서 지원을 하게된다.

심지어 나는 나이가 차서 25년에 육군 징집병 날짜를 내가 고를수도 없는 상황에 처했는데, 따라서 최악의 경우 25년 하반기에 영장이 날아와서 시간이 붕 뜨는것보다 24년 막차를 타서 빠르게 다녀오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육군 징집병은 21사단에 배치받았으며 조금 알아보니 21사단은 강원도 양구에 위치하고 보통 신교대가 21사단이면 자대도 21사단일 확률이 80%정도 된다고 한다.

어느날 새벽, 무릎 관절이 좋지 않은 내가 29살에 강원도의 추위에 야산을 타며 gop 근처에서 근무를 해야된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않아 쉽사리 잠이 오지않던날,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혹시 내가 지원해서 갈만한 모집병이 있을까 하고 찾아보게 된다.

나는 이전부터 SW 개발병의 존재를 알고 있었으나 보통 육군에만 존재하는 보직인 줄 알았다. 그리고 육군 SW 개발병은 1차 서류 합격 점수가 40점 만점에 37~39점의 커트라인이 나오는 괴랄한 커트라인이 형성이 되었는데, 이는 대학교를 자퇴하고 기사가 아닌 산업기사 자격증밖에 없던 내가 절대 노려보지 못할 점수였다.

따라서 나는 성실히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정보처리기사를 딴 사람들과 모집병에서의 경쟁이 아예 안된다고 생각해왔고, 육군 징집이 되기 2달 전까지도 제대로 모집병에 대해서 조사해보지 않게 된 계기가 되었다.

어차피 안될 거라는 생각이였고, 가령 SW 개발병이 안되더라도 전산 / 통신 등 내 경험을 조금이라도 살려서 갈 수 있는 방법도 많았는데 난 그 기회조차 바보같이 버려오고 있던 것이다. 예전부터 떨어지더라도 계속해서 지원하는 시도를 했으면 입영시기도 더 수월하게 잡고 잘 준비할 수 있었는데, 난 어쩌다보니 이 지원이 내 입영 인생 마지막 쇼부가 된 것이였다. (징집병도 더 미룰 수 없었다. 그러고 싶지도 않았고)

다시 돌아간다면(그럴 필요 없지만) 난 모집병과 모집 요강, 모집 계획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합격하기 위한 자격증과 점수를 잘 준비할 것이다. 군대를 그냥 가는것과 준비해서 모집병으로 가는 것은 자신의 군생활을 좌지우지 할 정도로 큰 차이이며, 랜덤으로 자대배치를 받는 육군 징집병과 달리 자신이 무엇을 하고 어떤 생활을 하게될지 스스로 결정하고 조사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메리트라고 한다.

어쨌든 모집병을 찾아보다가 우연찮게 그 다음날 지원서 마감인 해군 710기 모집을 보게되었고 해군의 SW 개발병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해군 SW 개발병의 서류 점수 배점을 보니 놀랍게도 SW 분야에서 사회에서 일한 경력을 매우 후하게 점수를 쳐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난 개발자로 6년정도 회사를 다녔기 때문에(개인적으로 개발자를 연차로 판단하는 것은 바보같은 실수라고 생각하지만,) 2년만 다니면 주는 최대 득점인 100점 중 30점을 얻을 수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30점을 얻은들 설마 내가 합격하겠어? 라고 생각을 했는데, SW 개발병은 전문특기병 중에서도 유일하게 TO가 단 한 자리만 있는 야속한 보직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대학교를 5학기를 다니고 일하려고 자퇴를 했기 때문에 전공 점수도 고졸 점수로 들어가는 줄 알고 있었다.

전공 점수는 40점 만점에 고졸이 24점, 4년제 컴공 졸업생이 40점 만점이였다.

그러던 중,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 병무청에서 전화가 왔는데 누락된 경력증명서와 중퇴증명서를 팩스로 보내달라는 요청 전화였으며, 나는 혹시나 하고 대학교 중퇴를 한 것이 점수로 들어가는지 물어보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5학기를 다니고 중퇴를 했기 때문에 대학교 3학년 재학과 동일한 점수를 가진 것으로 처리된다는 말을 듣고 그 때부터 할만한데? 라는 생각이 들며 결과를 기다리는 불안한 나날이 시작되었다.

1차 발표 이후

놀랍게도 1차에서 선발 순위가 1등이였다.

그 때부터 정말 해군 SW 개발병에 대해서 더 기대감이 부풀었다. 갑자기 육군으로 가는 것이 SW 개발병에 비해 마음속에서 거부감이 들었다. 조금만 찾아봐도 나오는 후기들은 하나같이 편하고 내가 좋아하는 개발도 할 수 있고 양구보다 대전이 본가랑도 가까웠기 때문에 간절히 원하게 되었다.

또한 12월 16일에 입대했어야 했던 징집병에 비해 1월 6일에 입대를 하면 20일정도 본가에서 부모님과 시간을 더 보낼 수 있고, 크리스마스나 설날도 같이 보내고 갈 수 있어서 정말 들어가는 타이밍도 최고였다.

면접 준비

10일 뒤 면접을 보러가야 했기 때문에 이것저것 알아보며 준비를 해야했다.

난 회사를 면접을 보고 들어간 적이 없기 때문에 이런 공식적인 면접은 대학교 면접 이후로 9년만에 처음이였으며 내가 말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었다.

최대한 정보를 긁어모으며 군대 면접이기 때문에 군무원 면접 질문이라든지, 안보관 관련 질문이라든지를 준비했고 딱히 기술적으론 준비를 안했다.

왜냐면 난 일단 내 분야에서 개발적으로 많은 것들을 해왔다고 생각했으며 준비해간 포트폴리오에도 잘 녹였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11월 4일 태어나서 처음으로 계룡대로 면접을 보러가게된다.

면접 이후

솔직히 말해서 면접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면접장을 나올 때 “아 이렇게 대답했어야 했는데” 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맴돌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에서도 아쉬움에 잠도 잘 오지 않았다.

포트폴리오를 미리 온라인으로 제출하고 면접관들이 그것을 사전에 숙지하는 형태가 아니고 지원자가 뽑아가서 보여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내 기술 분야와 많이 관계가 없는 질문이 들어왔던게 문제였다.

이건 개발자 면접이 아니고 프론트엔드 개발자 면접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에 내가 이걸 했다 라고 적어가도 그걸 면접관들이 숙지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기술 질문은 미리 준비된 다른 분야에서 들어올 수도 있다는 것이 내가 놓쳤던 부분이였다.

오히려 인성쪽 질문들은 잘 대답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그동안 밋업등 발표들을 통해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게 체화가 된 것 같다.

기다림

면접을 11월 4일에 보고 오늘 11월 22일에 최종 발표가 났으니 18일 정도 기다렸다고 볼 수 있지만, 정말 길고 긴 시간이였다.

붙으면 얼마나 좋을까, 떨어지면 얼마나 아쉬울까 라는 생각에 밤에 잠도 잘 오지 않았고 일상생활에서도 계속 신경이 쓰였다. 퇴사도 했으므로 번아웃이 제대로 와서 개발도 손에 안잡혔고 이 결과에 대해서 생각하기 싫어서 일부러 게임들을 하루종일 하는 삶을 살았다.

6년만에 드디어 휴식이 찾아온 이 기간과 이런 상황들이 맞물려 더 펑펑 게임만 했던 것 같다.

결과

결과적으로 난 합격을 했고 최종 순위도 1위였다. 놀랐던 점은 TO가 1명이였는데 2명이 뽑혔다는 것이다. (무려 나랑 1점 차이밖에 안났다. 내가 조금만 더 뭔가가 부족했고 TO가 1명 그대로였다면 내가 불합격이 되었던 것이였다.)

당연히 TO가 1명이라 동기가 없이 난 선후임분들과만 지내야 하는건가? 생각을 했지만 정말 귀한(?) 동기가 생겼다고 볼 수 있어서 어떤 분일지 궁금하기도 하다.

결론

결론적으로 난 합격을 했고 25년 1월 6일에 해군 710기 SW 개발병으로 입대를 하게 되었다. 훈련소 5주는 조금 힘들다고 하는데, 솔직히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경험해보지 못한 사회의 새로운 조직원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설레기도 한다.

요즘은 특급 전사를 받고싶고 개인적으로 재밌기도 해서 런닝도 열심히 하는중이다. 재미있는 점은 나같이 나이가 좀 있으면 특급 전사를 받기 위한 기준이 조금 완화된다는 점이다.

오히려 헬스를 안나가고있다. 헬스를 한 달 째 안나간거 같은데 체중만 좀 유지하면 근육이 그렇게 빠르게 사라지진 않는 것 같다.

이런저런 얘기가 많았는데 이정도로 합격 수기를 마친다.

대학교 합격 이후로 또 무언갈 합격해보았다는 성취감도 느껴진, 내 앞으로의 인생이 뒤바뀐 날이 될 기분 좋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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