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개발을 공부하며 문득 회상합니다.

지금으로부터 4, 5년 전쯤에 리액티브 안드로이드 프로그래밍 책을 열심히 공부했던 순간입니다.

당시는 앱 개발을 처음 공부하던 때였습니다.

스물둘이였던 저는, 새벽 대학교 기숙사에서 스탠드를 켜놓고 저 책을 밑줄까지 쳐가며 읽으며 Reactive 패러다임을 습득해 갔습니다.

그때 저는 정말 개발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고, 닥치는 대로 열심히 공부만 하면 언젠가 무엇이라도 되어있겠지라 생각했고, 저에게 의문이 들었습니다.

지금에 와서야 잠시 멈추어 그날들의 의문에 답을 찾아볼 기분이 들었습니다.


많은 공부를 해왔습니다.

스물둘에 안드로이드에 영혼을 갈아 스물셋이 되던 해 어떤 회사의 안드로이드 개발자로 처음 사회에 나왔고, 일을 하다 보니 iOS에도 흥미가 생겨 이것저것 했습니다.

또 다른 회사도 열심히 다니며 외주도 이것저것 하다가 스물넷에 현재까지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React Native를 익혀 아직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스물넷, 스물다섯이 되어서야 제가 지금까지 공부했던 것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제대로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많은 깨달음이 있었던 시기이고 어쩌면 나의 수준은 아직도 이때쯤에서 멈춰있는 것만 같습니다.

스물여섯엔 Flutter도 습득해 보았고 리팩터링/디자인 패턴도 초심으로 돌아가 책을 찾아 읽어보고, 안드로이드도 다시 공부해 봤습니다.

지금까지 수천 개의 글을 읽었고, 수천 개의 글을 썼고 수천 개의 알고리즘 문제를 풀었습니다.

알고리즘엔 재능이 없던 터라 수학은 고등수학부터 다시 공부해야 했으며 이산수학과 정수론, 확률론과 어려운 알고리즘까지 그저 머릿속에 욱여넣기 급급한 나날들이었습니다.

이 시간들이 이렇게 내 머리속에 생생해도 현재의 나를 결론짓는데 도움이 될 수는 없습니다.


기숙사로 시킨 책 한 권이 도착할 때까지 택배 수거함에서 두리번거리던 그때의 나보다 나는 대단한 사람인가요? 모르겠습니다.

질질 끌리는 외주를 몇 개씩 맡아 끝날 때쯤 클라이언트가 열심히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개인적으로 주신 치킨 기프티콘에 감사해하던 순수했던 나보다 열정이 있는건가요? 모르겠습니다.

맥북을 사주신다고 하셨던 매형에게 당시 나의 전 재산이였던 학교에서 받았던 용돈 몇십만 원이라도 보태어 생애 첫 맥북을 받아 부푼 기대로 시스템을 설정하던 나보다, 이젠 내 돈으로 사지도 않는 최신 사양의 맥북을 갖고 있는 나는 그리던 개발자에 가까워 진건가요? 글쎄,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 질문들에 명확한 답을 찾는 것은 바보 같은 일임을 압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그만두고 싶을 때 이 질문들에 그럴듯한 가설이라도 세워 작은 점을 찍고 다시 스탠드 앞에 앉아있을 내 모습입니다.

오랜만에 개발을 공부하며 과거를 회상한다는 사실은, 그 때의 내가 가지고 있던 무언가가 어딘가엔 아직 남아있다는 안도가 되어 이 글을 마칠 수 있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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